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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맞닫은 어깨

눈 속의 잠. 송승언

그의 어린 아들이 아팠다 몸이 펄펄 끓고 있었다

한여름에 독감이라니, 그는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문 열자 겨울이었고, 폭설이었다 그는 외투를 껴입고 집을 나섰다 낯익은 풍경 같은 눈길에 미끄러지며 약국으로 갔다 알던 약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한여름이라 외투가 불편했다 그는 외투를 벗고 다른 약국을 찾아갔다 그런데 다른 약국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지쳐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아픈 아들 생각이 났다 그는 또 다른 약국을 찾아 나섰다 낯익은 풍경 같은 폭설이었다 그는 미끄러졌다 그의 온몸이 펄펄 끓고 있었다 눈이 그를 뒤덮었다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약국 근처도 못 가보고 아들에게 약도 못 주고 나는 죽는다, 생각하며 눈 속의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잠결에 빛나는 약국 간판을 보았지만 잠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아들이 건강해져서 그를 데리러 왔다 잠 속에서 그를 건져내는 아들의 손을 잡으며, 우리 이제 집으로 가요 집으로 갑시다 아들은 외투를 벗어 그에게 입히고, 그를 업고 갔다 우리는 이제 간다 집으로 간다…… 아들의 등에서 그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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