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남들이 언제나 나를 오해한다고 억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는 남들이 생각하고 있을 듯한 모습을 짐작해서 그대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아니면 아예 그들이 전혀 내 속뜻을 모르도록 딴전을 피우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곤 했다. p.46
나는 교실 안의 공상가였다. 창밖의 빈 운동장과 아카시아나무를 바라보든가 책상 밑에 다른 책을 감춰두고 읽거나 노트에 춘화를 그리면서 선생이 쓸데없는 소리만 떠든다고 여겼다. p.49
나는 허둥지둥 학교를 나와서 버스나 전차도 타지 않고 뒷길로 하여 광화문까지 걸어갔다. 내 딴에는 그까짓 학교에 기죽지 않겠다며 아슬아슬하게 궤도이탈을 몇 번 시도했을 뿐인데 손끝하나로 튕겨져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야말로 막막했다고 할까, 어이가 없었다고나 할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그냥 두 다리가 떠서 어기적대며 가는 것만 같았다. p.63
어쩐지 발가벗고 길 위에 나선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시선의 고문' 에 시달려야 하고 스스로의 내면을 단단히 감싸지 않으면 안 되었다. p.64
'서랍 > 맞닫은 어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의 무늬. 조용미 (0) | 2016.04.19 |
---|---|
Step Up 2 : The Streets, 2008 (0) | 2016.04.19 |
L’Eternité. Arthur Rimbaud. Une Saison en Enfer (0) | 2016.04.08 |
생각이 나서. 황경신 (0) | 2016.04.06 |
지금 이대로 괜찮을 걸까?. 마스다 미리 (0) | 2016.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