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4호선,
선바위역과 남태령역 사이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구간이 있다.
숫자를 세어 시간을 재보았다.
십이 초나 십삼 초,
그 사이 객실 천장의 조명은 꼬지고
낮은 조도의 등들이 드문드문
비상전력으로 밝혀진다
책을 계속 읽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워
나는 고개를 든다
맞은편에 웅크려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갑자기 파리해 보인다.
기대지 말하는 표지가 붙은 문에 기대선 청년은 위태로워 보인다.
어둡다.
우리가 이렇게 어두웠었나,
덜컹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맹렬하던 전철의 속력이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가속도만으로 레일 위를 미끄러지고 있다.
확연히 느려졌다고 느낀 순간,
일제히 조명이 들어온다. 다시 맹렬하게 덜컹거린다. 갑자기 누구도 파리해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나는 건너온 것일까?
[출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한강|작성자 우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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